[책 소개] <나와 그 애의 화학반응> 이야기 탐방




<나와 그 애의 화학반응>

저자: 전혜진
역자: -
출판사: 에픽로그
가격: 8000원
초판1쇄: 2016년 5월 15일


소개글을 읽었을 때, 꽤 웃었다. 이 이야기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청춘물이다. 그것도 상당히 노골적이다보니 라이트노벨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딱 그런 느낌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런 느낌을 받게 만들었을까. 어차피 라이트노벨의 정의는 그냥 라이트노벨 기획으로 나왔으면 라이트노벨인 건데 말이다.

이 이야기는 크게 하나의 소재와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재는 매우 직관적이고, 사건은 자연스러운 편이다. 애당초 분량이 긴 편이 아닌 이야기는 이렇듯 적은 수의 소재와 사건으로 완결짓는 편이 더 좋다고들 한다. 청춘이야기고, 서툰 느낌이 들지만, 정석을 따라가고 있다. 모든 걸 말할 필요 없으니, 읽는 입장에서도 부담스럽지 않다. 여주인공은 사실상 템플릿 캐릭터에 가깝다고 생각되고, 그 이유가 나오긴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된다. 굳이 이유를 파고들지 않는다는 면에서 현실적이고. 그 나이대의 여자애가 가질 수 있을 법한 요소도 갖추고 있다.

보통 얘기하길, 청춘이야기의 성장요소는 기본적으로 통과제의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고들 한다. 소년소녀가 역경을 딛고 일어서 미래를 쟁취한다. 이를테면 <해맞이 언덕의 소녀> 같은 글이 유명하면서도 좋은 예시가 된다. 이러한 글은 근대적 관점에서, 고루한 관점에서 교훈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알고 당하는 거지만, 시련을 이겨내고 행복해진다는 결말을 싫어할 사람은 흔치 않으니까.

근데, 꼭 그런 요소를 넣지 않아도 된다는 움직임이 예전부터 있었는데, 왜냐하면 어차피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로서 소비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애초부터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생산도 많이 될 수밖에.
이를테면 새뮤얼 리처드슨(서간문 형식으로 최초의 근대적 소설을 쓴 작가. 이때부터 진정한 의미에서 등장인물 간의 화학적 반응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첫작품 <파멜라>와 두 번째 작품 <클라리사>는 문학사에 길이 남았다.)의 성공에 경도되어 그 비슷한 구도로 패러디를 만들어 최초의 근대적 '관능소설'을 썼던 예도 있고(당시로서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내용이라 정부는 글을 중단하는 대신, 연금을 주기로 합의했다). 리처드슨은 자신의 글이 도덕적인 교훈으로 받아들여지기 원했다지만, 잘나가는 독신귀족의 저택에 단신부임한 젊고 예쁜 하녀란 유복한 남자의 끈질긴 유혹에 넘어갈 수도 있는 법이고, 화려하게 불태우다 끝나는 내용으로 결말지어도 얼마든지 즐겁게 읽어줄 수 있는 법이잖은가.

앞서 말했듯이 이 이야기의 여자애는 이미 완성되어 있고, 이야기 내내 화자를 정신적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뭐, 애초에 이십대 초중반의 남자애란 자기 좋다는 연하의 미인 여자애에게 굳세게 버틸 만큼 심지가 굳은 존재는 아닌지라... 게다가 모태솔로 이공계 화학선생이기까지 하면 더더욱 답이 없다.

도입부에 비해 중반 이후의 전개는 미묘하다. 앞부분에 많은 힘을 싣은 덕분에(소재가 소재다 보니 그만) 뒷부분에서 그걸 받쳐주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있고, 체호프의 총이란 것도 결국 그 반동을 이겨내지 못하면 의외로 평이해지는 편이다.
그러니 두 손으로 쥐고 쏴야지.
초반의 돌아버리는 전개는 일품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기세가 센 이야기는 좀 더 나가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후기에서 언급했던 그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지!
단지, 이 부분은 분량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애초에 생각했던 거기까지 가려면 읽는 이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더 이상 중편으로 분류되기 힘들어질 것이다. 인간은 그다지 이성적인 동물이 아니라서, 등장인물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어요, 를 알릴 수 있어야 하거든.




덧: 이왕 이렇게 갔으면 병원까지 보여주라고!


덧글

  • 베지터 2018/01/01 15:54 # 답글

    살까말까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까먹었는데

    좀있다가 들어가보니 출판사가 문닫아버려서 모조리 절판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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