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읽었던 책들 몇 권에 대한 잡상. 이야기 탐방

1. <얼음나무 숲> - by 하지은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면 고요는 예술가의 본분을 저버린 멍청이일 뿐이다. 순소설적으로 구성했다면 더 보기 좋았을 것 같다. 중반부의 길이를 더 늘리고 내용에 좀 더 타당성+정밀성을 높였다면. 그리고 마지막의 에필로그가  없었다면. 

2. <라크리모사> by 윤현승 - 왜 하필 내용의 배경이 이탈리아라야 했을까. <뫼신사냥꾼>을 생각해보면 한국으로 했어도 나쁘지 않았지 않나. 게다가 '도깨비'도 있으니까. '도깨비'란 친근한 느낌이 강하게 나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옛 조상은 도깨비를 '악'이라 생각하기보다는 이른바 '요정'에 가까운 형상으로 파악했다. 조금 중립적인 존재. 
덧: 나에게 '윤현승'이라는 인물은 '작고 날렵한 이'라는 형상을 갖추고 있다. 실제 그의 모습이 어떤지 궁금하다. 혹시 잘 알고 있는 분이 이 글을 본다면 내가 상상한 형상이 '맞다' '다르다' '아주 다르다'로 표시해 주었으면 좋겠다(......).

3. <볼테르의 시계> by 강다임 -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점이라고는 글의 주제를 결국 격하시킨 내용이었다는 점 뿐이다. 역시 이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한가. 그리고 세 번째 증명이 '단순한 줄거리 요약'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는 점도 들 수 있겠다. 세 번째 부분을 길게 늘였더라면 좀 더 나은 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4. <브루클린 풍자극> by 폴 오스터 - 매년 한 번씩 읽어볼 만한(두 번은 읽으면 안 될 것 같다) 이야기다.

5. <쌀> by 쑤퉁 - 이 책은 지인에게 차마 주기도 좀 안 좋은 것 같다. 나쁜 책은 아니지만 불쾌한 감정만 남겨주는 책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처분해야 할 것이다.

6.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by 조선희 - 이 글은 제발 연작소설이 나왔으면 한다. 대단히 잘 쓴 글이며, 이야기의 다음 부분을 '꼭' 알고 싶다. 나에게 있어 '조선희'란 이름은 <고리골>의 조선희가 아니라 이 책을 쓴 '작가 조선희'로 기억되어 있다.

7. <양말 줍는 소년> by 김이환 - 아주 잘 쓴 글이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나온 환상소설 중 가장 좋은 열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 중의 하나로 꼭 들어갈 법하다. 두 번째 장편이 이 정도라는 것은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다. 
덧: 이 글은 한국에서 나온 환상소설 중에서 '재현'을 발생시키는 극히 드문 글 중 하나였다. 이영도의 글로는 절대 발생하지 않았겠지.      

8. <잔디벌레> by 임희정 - 이야기짜임 자체는 괜찮았다고 본다. 하지만 전체적인 틀을 잡는 능력이 부족하며, 첫 도입부가 상당히 안 좋았다. 마지막 부분은 너무 급하게 끝내버린 것 같다. 좀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이상이 오늘 집을 나서면서 들었던 작년에 읽은 몇 권의 책에 대한 기억입니다.

덧글

  • 2009/03/04 10:3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mattathias 2009/03/04 11:43 #

    네, 확인했고 답장 보내드렸습니다.
  • 2009/03/04 12:4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mattathias 2009/03/04 13:46 #

    아,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 인스 2009/03/04 15:00 # 답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재현을 발생시킨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 mattathias 2009/03/04 21:30 #

    음, .......간단히 설명하기가 힘든 질문이군요. '특정 사물이 가지는 의미를 새로이 부여하는 일'이라고 하면 비교적 근접한 표현이 될 것 같습니다.
  • 2009/03/05 00:1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mattathias 2009/03/05 09:17 #

    객관적 문형에 주관적 해설까지 첨부해 주시다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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