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을 쓸 때 생기는 일들 이야기 탐방


(어제 올린 포스트를 대량으로 수정해서 다시 올립니다)

1. 좋은 이야기를 읽고 나면 사실대로 말해서 별로 할 말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책'이었다. 한 마디만 남을 때가 많죠(자세히 얘기할 필요성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더군요). 꼭 감상을 남겨야 좋은 책인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다 해도 굳이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을 적이면, 조잡한 감상이 나오기 쉽더군요. 따라서 이런 경우는 대충 이런 책이 있다는 간단한 문장만 남기는 편입니다. 감상이 길어야 좋은 건 아니죠.


2. 지인이 쓴 책이나 이웃이 쓴 책이면, 그래도 몇 마디 말을 덧붙이게 됩니다. 왜냐면, 그가 정성들여 쓴 글을 묵묵히 다 읽어보고 단순히 '좋았어.' '별로야.'라고 대답하는 건 상대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저에게 완성된 글을 보여주는 이유는 제 견해를 듣고 싶어서 였을 겁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느낀 바나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점들을 얘기해 줍니다. 하지만 정말 드문 경우로서 진짜 할 말이 없을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3번과는 달리 '모든 것이 적합하다'고 볼 때입니다. 좋고 나쁨이 적당히 섞여 있기에 함부로 조언하기 힘든 경우죠. 따라서 이 때는 얌전히 읽고나서 소감만 말해줍니다('아, 이 인물 말인데, 이런 부분이 꽤 마음에 드는군.' '아, 그렇지 거기서 말야...' '난 얘가 내 취향이야, 다음에도 이런 인물 좀 굽신굽신....').  
  또한, 이 경우에도 전 그다지 말을 고르는 편이 아니기에 친한 사람이라도 안 좋은 글은 그냥 대놓고 까는 편입니다. 물론 이유를 제시합니다. 지나치게 세밀히 짚어주진 않습니다. 제 글이 아니니까요('여기랑 여기, 문맥이 안 맞아.' '두 번째 소제는 좀 이상해. 부자연스러워.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니까.' '여기 이 부분은 역사적 사실과 상반되니까 수정해야 해. 마녀가 배척당하던 시기는 일러도 기원 8c 이후부터라고 봐야해. 정확한 연대야 추정할 수 없지. 왜냐면 중세란 사회 역시 인간이 머무는 사회였고 한 사회의 흐름이란 서서히 변해가는 것이니까. 그리고 이 지방이라면 일식을 경외의 대상으로 보았어. 그건 검은 성모 신앙을 통해서도 추정할 수 있지. 이 사회에서 기독교가 널리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은 샤를마뉴 대제 재위 기간에서 길어야 50년 정도 전으로 추정할 수 있거든. 지금 이 때는 아냐. 마녀는 두 종류로 구분되는데 이 글에서 묘사하려는 건 민간의술사로서의 마녀라고. 그런 마녀는 마을에서 한둘 뿐이었고 의사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함부로 손대거나 하는 대상이 아니었지. 이 당시에도 방혈은 주요 요법이었어. 뭐 마녀의 의술과 관련된 책을 보고 싶다면 한국어 판본으로는 <불량직업 잔혹사> 같은 걸 참조해.' '샤르트르가 쓴 그 책의 한국어판본 이름은 <말>이야. 한국어판본이 있으니 이걸로 대체하라고. 민음사 문학전집에 포함되어 있어.' '그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어 프쉬케에서 온 거야. 이건 영혼을 의미하지. 좀 더 자세히 나오는 책을 원해? <옛 이야기의 매력> 2권이나... 정 안되겠다면 <영혼론>을 참조해. 그리스어로는 이렇게 표시되지. 이 단어는 이러이러한 의미가 결합된 거야. 이런 건 좀 알아두고 쓰라고.' '결말 부분이 너무 작위적인데 재고해 보지 않겠나?').

"'흉'이 애정이 있어서 패는 거다. 굴다리 밑으로 오지 않으련?"


3. 지인이 쓴 책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봐도 견적이 안 나오면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는 말하기도 미안해지죠. 이 정도 되면 대개는 알아차리더군요. 

"...미안."


4. 나쁜 이야기(좋지 않은 이야기가 아닌)라면, 그냥 모든 궁극기 쿨이 다 돌아온 것처럼(WoW의 전사기준으로 치면 '무모한 희생' '방패의 벽' '보복' '위협의 외침' '죽음의 소원' 등등......) 아주 신랄하게 깝니다. 그 정도로 욕을 먹을 만한 이야기는 극히 드물지만요(궁금하신 분은 '이야기 탐방'목록에 들어가셔서 찾아보세요...).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견해이며 또한 그 이유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유도 없이 '내 취향이 아니라서', '내 마음에 안 들어서 깐다'는 건 좀 우스운 일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것은 제가 목표물이 될 때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나쁜 글을 썼으면 저라도 굴다리 밑으로 끌려가야죠.......)


5, 돌이켜보면, 감상문은 4번의 경우가 가장 즐겁게 쓰여지더군요(......).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6. 나쁜 책이라고 이내 처분하는 건 아닙니다. 타산지석으로 두죠. 
   오직 책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경우(기본적인 문법이 안 되어 있을 때, 철자오류- 남자가 애를 낳거나 국어사전에 존재하지도 않는 정체불명의 단어가 곧잘 발견될 경우, 초성체 및 외계어 남용 등등)물 속에 처박아서(딴 사람이 보게 하기에도 미안하니까 말입니다) 폐지로 내버립니다.

덧글

  • 직소퍼즐 2008/11/24 12:13 # 답글

    전 가까운 사람들한테 아무 글이라도 보여주기가 상당히 창피하더군요. 잘 아는 이야기를 쓰자면 아무래도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비평은 거의 안 나오고요. 그게 참 아쉬웠었어요...까여도 좋으니 제대로 말해 줘...그런 심정이었는데 말이죠^^:;
  • mattathias 2008/11/24 22:25 #

    가까이에 어느 정도 소양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닌 다음에야 보여줄 이유가 없죠.
  • 직소퍼즐 2008/11/24 23:31 #

    아, 문창과 출신들로, 글써서 먹고사는 사람들을 말하는 겁니다^^ 상당히 가까운 사이지만 정작 도와달라할땐 모르쇠로 일관하더군요^^;;
  • mattathias 2008/11/24 23:33 #

    다들 신선놀음을 좋아하나봅니다.
    ...뭐 일이 아니면 귀찮긴 하죠.
  • 무곡 2008/11/24 12:21 # 답글

    저같은 경우에는 친인들의 글을 보고 평가할 떄는, 아무래도 다른 글을 이야기할 때보다는 조심스러워 지더군요.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말싸움으로 번지곤 하는지라..
  • mattathias 2008/11/24 22:27 #

    아무래도 받아들이는 상대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겁니다.
    저야 이미 학문적/직업적인 부면에서는 자비심이 없다는 게 오랜 세월 동안 증명되었기 때문에 다들 이해하는 편입니다.
  • 지나가다 2008/11/24 15:03 # 삭제 답글

    읽고나서도 딱히 말할 게 없는 경우가 많죠
  • mattathias 2008/11/24 22:27 #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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