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노네 고(古) 만물상
저자: 가와카미 히로미
역자: 오유리
쪽수: 328쪽 + 역자후기4쪽
출판사: 은행나무 (Hand In Hand Library Series)
정가: 4900원 (문고판)
초판발행일: 2008년 5월 1일 초판 1쇄
참조: Hand In Hand Library 기획 서적의 하나. B6판형으로 보인다. (정확하게 재어보진 않았다) B6 판형이라 함은, 외투 주머니에 별 일 없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를 가리킨다.
특수: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 <성의 미학>, <춤추는 죽음1>, <춤추는 죽음2>, <밑줄 긋는 남자>, <악마의 사전>, <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1>, <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2>, <새로 읽는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에 이어 열 번째로 산 HIH 기획 서적이다. 지금까지의 성과로 볼 때는 <성의 미학>, <춤추는 죽음1>, <춤추는 죽음2> 이 세 권은 역시 흑백 화보라 별로였고 (일반판도 가지고 있다) <나카노네 고만물상>은 .....지금부터 설명할 터이고. 나머지는 괜찮았다.
2008년 6월 8일 일요일 오후 두 시 무렵, 이 집의 주인은 한참 동안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아침은 먹지 못 했고, 점심은 무엇을 먹을 지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시간 정도 방황하다 결국 '김家네' 라는 음식점에 들어갔다. 체인점 같긴 한데 확실한 건 모른다. 이곳은 그냥 싸구려 티가 나는 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값은 비슷한 유형의 다른 가게들 보다 더 비쌌고, 맛은 싸구려 조미료의 맛이 물씬 풍기는 데다, 양은 비슷한 유형의 다른 가게들 보다 월등히 적었다. 이 가게는 왜 안 망할 수 있지? ...아마도 가끔 낚여드는 손님들을 상대로 극도의 이윤을 남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면, 쥬디스 태화에서 범내골 가는 방향으로 작은 보도를 건너면 바로 보이는 가게다. 주의하자- 식사 같지도 않은 식사후, 가게를 나섰다. 다시는 가지 않을 곳이다. 적게 먹는 편인 내가 가도 부족하게 느껴질 양이면 심각하다.
이제 서점에 갔다. 그곳에서 여러 책을 골라 보다 마침내 HIH 문고판 서적들을 몇 가지 집어들었다. 그 중의 하나가 <나카노네 古만물상>인데, 제목만 보면 나쁘지 않을 듯도 싶었고 어느 정도 흥미진진한 내용이 담겨 있을 것만도 싶다. 게다가 처음 몇 쪽은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실수했다. 문제는, 이 점을 깨닫는 데는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다. 책을 한 권만 산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 날은 그저 카페에 가서 작업을 했고 (거의 세 시간 동안 나무에 구멍을 뚫던 딱다구리 양을 만난 날이다) 자정을 넘긴 월요일 1시경에야 이 책을 조금씩 읽어보게 되었다. 물론, 오래 보지 못 하고 덮었다. '생각보다 별로군' 이라 느끼면서. 이유는 나중에 가서 알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면서 <나카노네 고만물상> 을 집어 들었다. 일단 돈 주고 산 책이다.
읽어보긴 해야하잖은가? 혹시 처음만 '즈질'일 수도 있고 말이지. 월요일 아침 버스를 타고 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야금야금 읽어 들어 갔다. ......여전히 어색했다. 이 책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12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져서 한 권의 책을 이룬다. 첫 번째 이야기인
'4호 크라프트지 봉투'(번역자 좀 맞아야 겠다. 기본적인 가타가나도 번역 못 하니???? 크래프트지 라고 해야 바른 한국식 외래어 표기 잖아! 으으...)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도입부이기도 하고.
거기서 너무 많은 걸 기대할 순 없잖은가? 이 책의 치명적인 문제는 이 첫 번째 이야기가 '그나마' 가장 잘 된 축에 속한다는 것이다.
아, 신발...
제대로 낚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소설이라 보기에는 좀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그것은 바로
'개연성'이다.
한 마디 더 하자면, '일기'는 개연성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일기는 주관적인 성격을 띠면서도 굉장히 사적인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속된 말로 그냥 자신이 볼 자신의 기록에 개연성이 필요할 리 없지 않은가? 어차피 자신은 알아볼 수 있을 터이니.
이 글은 일기랑 동급이다.
밋밋한 스토리, 밋밋한 인물, 밋밋한 전개(전개랄 게 있는 지는 상당히 의문이긴 하다), 가출한 주제의식(꼭 필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정적으로 하나도 재미없다.
그도 그럴 것이,
내용의 한 70%는 발정난 암컷과 막장불륜 수컷들의 '그 짓' 신경전에 가까우니까. 보통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 좋지. 하지만, 그 누구도 재미 없는 그 짓 얘기만 잔뜩 늘어 놓는 사설 낙서장을 즐겁게 볼 수 있을 리 없잖아.
그나마 '그 짓 신경전'이라는 것 조차,
너무나도 담백하여, 말초신경이 곤두서긴 커녕 말라 비틀어질 것만 같다. ...이건 대체 뭔가요??? ...이딴 걸 읽느니 차라리 18금 만화를 보겠어.
도중에 오가는 대화는 그 짓에 대한 내용 내지는, 뜬금 없는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이 뜬금 없는 이야기 조차
앞뒤 문맥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야 말로 뜬금 없는 이야기에 그친다. 무슨 얘기를 해보려다가도 ALL STOP(ex: '페이퍼 나이프'나 '커다란 개'처럼).

도중에는 특이하다 못 해 괴이한 헛소리 까지 오가는 경우가 여러 번 나오는데, 안드로메다 관광갈 것만 같았다.
예)
...방향으로 찍으면 돈이 될만한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나는 그런 생각도 잠깐 해봤다.
저기, 미안허이. 나카노 씨가 사과를 했다. 왜 자기가 사과를 하는지 본인도 잘 모르겠다는 그러 느낌의 말투였다. 사키코 씨는 아직도 아무 말 없다. 마침내 내가 건넨 '24시간 대출 가능' 휴지로 손을 뻗어 요란하게 코를 풀더니, 사키코 씨는 나카노 씨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소리, 낼게요, 이제부터는." 사키코 씨가 말했다.
어어? 나카노 씨는 얼빠진 소릴 냈다.
소리, 이제부터 낼 테니까, 부인 외의 다른 여자 일에, 나서지 말아요.
사키코 씨는 작은 소리로, 하지만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어어. 나카노 씨는 대답한다.
-P108 中-
저 뜬금 없는 말의 정체는 (책을 직접 봐도 황당할 것이다. 어떠한 정황도 없이 튀어나오는 대사니까.)
앞으로 절정을 느낄 때 소리를 내겠다는 말인데... 글쎄 돈 주고 책을 산 독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야기의 변형이란 건, 한 번 비트는 걸로 충분하다. 두 번 비틀면 이렇게 된다. 이런 책 같잖은 소리를 하다니... 아, 안구에 습기가...... 그래도 연애가 섞여 있답시고, 일단 연애 소설의 기본적인 구도를 지키기는 하는데, 과정이 밋밋함과 썰렁함의 극치에다 개연성은 카시오페아 성운에 떨어뜨려 놓고 온 상황이라... 감동을 느끼기는 커녕 몹시 열 받을 분위기다. 비단,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이라도 좀 화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책의 내용이 아닌, 추억을 팔아 처먹는 책이다. 이런 괴스런 내용을 12회에 걸쳐 연재했다고 하니까. -따라서 전개에 맥이 없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해 줄 수도 있겠다.
이 책의 대상 타겟은 -
굉장히 담백하고 소탈한 사람.
평범하고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추천하지 못 하겠다.
P.S 책의 맨 뒷 편에는 이 책의 집필에 대한 사연이 들어 있는데, 과연... 이 사람이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원고 낼 시간이 다 됐는데, 하나도 안 써서, 눈 앞에 보이는 4호 크래프트 용지를 보고, 제목이 '4호 크래프트 용지'라고 편집부 담당에게 얘기하고 그대로 글을 써나갔다고 한다. 물론, 만물상에 대한 사실성있는 세밀한 내용 따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기대하지 말자.
교훈: 좀 알려진 작가라도 아무 생각 없이 글 쓰면 X된다.
작가 이름만 보고 책 사는 사람은 이걸 보고 자신의 결정을 재고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