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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30 일상 및 근황

  여기, 이 자리에 새벽 1시에 눈을 뜬 다음, 잠들지 않고 밤을 지샌 소년이 있었다. 그의 옆에는 책 수십여 권이 탑을 이루고 있었다. 일렬로 늘어세울 경우 무너질 우려가 있었기에 쌍둥이 탑을 세웠다. 
  비행기가 날아와 부딪혀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견고한 탑이었다. 탑의 최상층에는 장식용 소품에 해당할 물건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반지, 목걸이, 팔찌, 머리핀, 기타 등등. 이것들은 오직 단 한 명의 주인에게 속한 것이었고 그 주인은 소년의 옆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뭐야, 너 벌써 깬 거니?" 다리 하나를 다리 하나 아래에 깔고 앉은 채 소녀는 소년의 눈을 쳐다보았다.
  "안 돼요, 안 돼. 착한 어린이는 밤에 잠을 자야 몸도 쑥쑥, 마음도 쑥쑥 자라는 법이란 말이에요."
  소년은 기가 막혔다. 물론 자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았지만 물만 주면 자라는 식물과는 달리, 성장판이 닫힌 지 적어도 십여 년은 되었다. 정확한 나이는 차마 입밖에 낼 수 없었지만 말이다. 
  게다가 몸은 차치하고서라도 마음은 이미.......
  "알아요, 알아. 네 마음이 불꺼진 모니터 액정보다 더 시꺼멓다는 것 정도는."
  소년의 눈초리를 의식한 탓인지 소녀의 눈썹이 위아래로 흔들린다. 동시에 왼손으로 책 하나를 집어 든다. "이거 읽어봐. 너 일전에 조왕할미에 대한 얘기를 했을 때 꽤 재미있는 얘길 했잖아? 이 책에 나오는 설화 중에 왠지 신경쓰이는 부분을 발견했거든."
  "확실히, 그랬지."
  소년은 책을 받아들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 사이로 책이 오가며 미묘한 간격을 두고 두 손끝이 스쳐 지나갔다.
  "몇 쪽이야?"
  소녀는 심술궂은 표정을 짓는다.
  "직접 찾아봐. 여차하면 처음부터 죽 읽어봐도 좋고. ......넌 책을 쌓아두기만 하고 다 읽어 보진 않잖아. 그래서 내가 널 대신해 시간을 내어 이 흉물스런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읽어 주고 있는 참이지. 내가 지적한 책들은 꽤 괜찮은 책들이야." 
  "친절하기도 하셔라."
  "그리고 <천지령> 같은 이상한 물건은 사오지 마. 표지만 봐도 종이 아까워질 내용이란 걸 짐작할 수 있잖아?"
  "그냥 천상... 어쩌고 하는 사람이 썼다길래 알면서도 좀 궁금했거든."
  "궁금해 하지마. 알아보려 하지마. 사려 하지마. 가져오려 하지마."
  "알았어. 어차피 꼭 살펴봐야 한다는 물건들 살펴볼 시간도 별로 없는걸."
  "알긴 아는구나?"
  "게다가 요즘... 위험하기도 하고."
  "그래, 확실히 위험하지. 꼴에 애들을 가르쳐 보겠다고 쓸데없는 일까지 벌리다니... 네가 봄버맨이야?"
  "으...... 확실히 그 말을 부정하진 못하겠지만."
  "못하겠지만?"
  "해보겠다는데 차마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어서."
  "지켜볼 수 없어서?"
  "...그래서 조금씩 도와주기로 한 거지."
  소녀는 눈쌀을 찌푸렸다. 
  ".......우리 말야,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일심동체가 되고 말았어,"
  "전혀 기쁘지 않아."
  "마찬가지야."
  두 사람은 잠시간 침묵했다. 마침 바람이 창문을 세차게 치고 지나갔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소녀가 말했다.
  "너, <눈의 여왕> 각색해 볼 생각 없어?"
  "눈의 여왕?"
  "안데르센 동화 말야."
  "어떤 식으로?"
  "너다운 방식으로."
  "그럼, 동화의 주된 독자층이 합법적으로 살 수 없는 물건이 될 거라고."
  "알긴 아는구나."
  "물론이지, 따라서 난 논문을 쓸 때나 이야기를 쓸 때나 기타 어떤 창작을 할 때에도 가능한 한 내 본성을 숨기는 방침을 가지고 있지." 
  "그건 다행인 것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거든. 현대 동화에서 음습한 전개 해봤자 남는 건 창고에 쌓이는 재고들 뿐일 터이니까."
  "그러면 말야......."
  "응?"
  소녀는 몸을 일으켜 소년의 등 뒤를 반 바퀴 돈 다음, 소년의 귓가에 대고 무어라 속삭였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소년의 얼굴이 발갛게 변할 만큼 부끄러운 얘기였던 모양이었다.
  "정말 써도 돼?"
  소년이 재차 물었다. 
  방금 들었던 이야기가 믿기지 않는 듯했다.
  "물론이야, .......게다가, 너만 부끄러운 것도 아닐 터이니까."
  소녀는 양뺨에 보조개를 띄운 채, 깜찍한 얼굴로, 이윽고 활짝 웃으며 여전히 의뭉스러워 하는 소년의 입술에 조그맣게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화답한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두 사람이 앉아 있는 방에서 크고작은 두 마디가 터져 나왔다.
  "다시 생각해도 쪽팔리잖아. 그냥 내일부터 쓰면 안 될까?"
  "안 돼. 새나라의 어린이는 그날 할 일을 미루지 않는 법이거든."

 
  0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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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28 시스템정보입니다. Profile

축하드립니다. 주인님(님)이 35레벨이 되셨습니다.

힘이 1만큼 감소했습니다.
민첩성이 1만큼 감소했습니다.
체력이 3만큼 감소했습니다.
지능이 1만큼 증가했습니다.
지혜가 1만큼 증가했습니다.
매력이 1만큼 감소했습니다.
잉여력이  80레벨 이 되었습니다.
무심함이 155레벨 이 되었습니다.
귀차니즘이 137레벨 이 되었습니다.
안면 방어도가 74레벨 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했습니다. '철면피'
새로운 기술을 습득했습니다. '긴급회피'
새로운 기술을 습득했습니다. '애원하기'
새로운 기술을 습득했습니다. '무릎 꿇고 빌기'
새로운 칭호를 얻었습니다. '게으름의 제왕'
여동생에 대한 평판이 15만큼 증가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평판이 30만큼 증가했습니다.
여자친구에 대한 평판이 10만큼 증가했습니다. 
총지출한 금액 '210골드 30실버 15코퍼'
희귀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철가면'의 칭호를 얻었습니다.


2009년 내가 추천하는 이글루 TOP10 일상 및 근황

 

남자의 마음은 갈대라잖아요?
...심경의 변화로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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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26 이글루스 TOP 100 일상 및 근황

요즘 '마이 밸리' 항목을 돌아보다 '이글루스 TOP 100'이라는 행사에 대한 글을 써놓은 이들이 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뭐하는 건가 생각하며 잠시간 살펴보았습니다. 어쩌다보니 2006년-2008년까지 추천을 받은 얼음집들 목록도 알 수 있더군요. 어떤 집이 받았나 하여 잠시 눈길을 주었습니다. 의외인 점은, 충분히 받고도 남았을 법한 이들 중의 상당수가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더군요.
(물론 전 원래 인기 없으며, 인기가 있을 걸 기대하지도 않습니다만)

이를테면 이런 곳.

노정태의 블로그
파리13구님의 이글루
백돼지님의 이글루 (이 분은 거의 휴장 중이라서 그런 듯합니다만)
전망좋은방님의 이글루



물론 이러한 행사 자체가 그저 웃고 즐기기 위해, 잠시간의 화제로 소비되기 위해 있는 것이기는 합니다.
흐르기 쉬운 쪽으로 흘러가는 경향도 엿보이고, 얼음집 이외의 요소가 포함되기도 하고, 사적인 요소가 들어가기도 하고.
가볍게 생각해 가볍게 즐기는 것, 원래 취지도 그런 것이라고 봅니다.

 

-추상적인 의식에 의존해 골라 보는 방법도 괜찮지만 구체적인 기억을 떠올리면서 선택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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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by 박애진 이야기 탐방


-<학교>는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의 7쪽에서 74쪽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0. 처음 이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란 책을 샀을 때는 그야말로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흐린 가을날(2개월 전), 업무상 차를 타고 가다 시내 어느 구석에서 이 책을 샀습니다. 그리고 식사시간이다 싶어서 식사를 하러 음식점에 들어가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이 단편집의 첫 번째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1. 처음 느낌은 말이죠.......  '......어? 어어어어어어????' 였습니다.

2. 이 글을 읽으면서 이 단편집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올라갔습니다. 서점에서 살 때의 심정은 '최소한 그럭저럭 괜찮기는 할 거야.'였는데 <학교>를 읽어 내려가면서 '아니, 좋지 않은가?'로 바뀌었던 겁니다. 잘 썼더군요.

3.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는 확연하게 잘 되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바로 진실성인데, 가끔 보면 이게 안 되는 소설이 좀 있더라고요. 이제 이 글이 괜찮다는 걸 알았기에 열심히 읽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잘 쓰긴 했는데 부족한 부분도 있긴 하구나 싶었습니다. 이 '부족한 점'이란 개인적인 욕심일수도 있습니다. 기대치가 높아진 글의 경우, 생각 '이상으로' 잘 썼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4. 일전에도 얘기했듯이 단편이란 많은 재료를 사용하는 요리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 말대로 입니다. 이 글은 단 한 마디를 길게 풀어 놓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그 한 마디란 단순합니다. 그러나 많은 이야기가 그러하듯 한 마디만 내뱉고 끝낸다면 이야기가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환상소설은 일상성 속에 환상을 섞어 만들었고 그 점은 아주 훌륭하다고 봅니다. 또한 단편으로 쓰기에 적합한 내용이었다고 봅니다. 장편이 될 경우 글이 흐름을 잃을 우려가 있어 보였습니다. 또한 장편이 되기에 적합한 주제도 아니었고요. 

5. 주인공인 유혜경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끝맺을 때까지 결말을 짐작하지 못했고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안 된다'라는 말을 단순히 '안 돼!'라고 일갈하는 것보다 이 글이 취하는 방식이 훨씬 설득력있다고 봅니다. 재차 말하지만 잘 썼어요. 작가의 소개란을 보고서야 그의 이전 글인 <문신>을 나름대로 괜찮은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사람 이름 기억하는 건 쉽지 않더군요. 앞으로는 그의 이름을 기억해 두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유 로봇>도, <앱솔루트 바디>도 읽어 보았고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역시 뇌리에 한 사람의 이름을 추가하는 게 만만찮은 난제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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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23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상 및 근황

그런데, 전 오늘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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